메이커 읽을거리

[우수 메이커] 8개국 12개 메이커 페어를 돌아보며
등록일 : 2018-01-02 01:34:44 조회수 : 260

 

8개 나라 12개 메이커 페어를 돌아보며

 

 

안녕하세요. 메이커 다은쌤입니다.

2017년 진행된 ‘전 재산 탕진 프로젝트’는 총예산 2,000만 원을 들고 7개월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열리는 메이커 페어에 다녀오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외국의 메이커 페어에 참가하겠다는 큰 그림은 있었지만 세세한 계획 없이 2017년 3월 29일 한국을 떠났습니다. 참가를 예상했던 시카고, 마드리드, 오타와 메이커 페어는 취소되거나 연기되었고, 대신 계획에 없었던 아인트호벤, 피츠버그, 선전 메이커 페어에 추가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한국을 떠난 지 205일만인 10월 19일에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서울 메이커 페어에 참여하고, 남은 예산을 모두 사용하기 위해 11월 8일에 다시 한국을 떠나 중국의 선전 메이커 페어에 참여하고 돌아왔습니다.

 

 

 

여러 차례 수정 끝에 최종으로 완성된 ‘전 재산 탕진 프로젝트’의 플래카드이다.

 

이렇게 ‘전 재산 탕진 프로젝트’는 영국, 어스틴, 베이 에어리아, 파리, 바르셀로나, 낭트, 하노버, 아인트호벤, 뉴욕, 피츠버그, 서울, 선전의 순서로 총 8개 나라에서 열리는 12개의 메이커 페어에 참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글은 ‘전 재산 탕진하기 프로젝트’의 마지막 글로 다녀온 순서대로 가장 인상적인 점을 하나씩 정리해 보았습니다.

메이커 다은쌤이 참가한 12개의 메이커 페어를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영상은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영상 보기 - https://goo.gl/F2XPb8

 

 

나도 이렇게 늙어야지, 영국(UK) 메이커 페어(4/1~4/2)

 

처음으로 참여한 영국 메이커 페어에서는 유독 많이 보였던 시니어 메이커들이 기억에 남는다. 장애인을 위해 만든 소소한 발명품을 가지고 나와 너무나도 즐겁게 설명을 해준 Sue & Duncan louttit 부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각자의 관심사대로 바느질 작품을 들고나온 Margaret 할머니와 장난감을 해킹하여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어온 Jhone 할아버지 부부도 인상적이었다.

 

 

왼쪽) Margaret & Jhone Walton 부부 메이커

오른쪽) Sue & Duncan louttit 부부 메이커

 

실제로 여러 메이커 페어를 돌아다니면서 커플로 참여한 메이커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각각 작품을 만들거나, 또는 함께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메이커 페어에 참여하기도 했다. 메이커로써 함께 취미를 즐기고 . 자신이 만든 것을 웃으며 설명해 주는 모습을 보니, 그들의 머리 색보다 하얀 순수함과 열정에 나이가 무색해 보였다.

늙어서 집에서 가만히 있으면 뭐하냐고 하며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Sue 할머니의 말을 들으며, 나도 이렇게 늙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이상적인 오스틴(Austin) 메이커 페어(5/13~5/14)

 

참여할 당시에는 알지 못했지만 여러 메이커 페어를 다녀오고 나니 어스틴이 가장 이상적인 메이커 페어로 느껴져서 한국도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커 페어는 나라마다 지역마다 각자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다. 참여한 작품들도 제각각이다. 어스틴은 가장 다양한 종류의 작품이 나온 메이커 페어였다. 흔한 재료인 종이, 풍선을 이용한 작품도 있었고, 바느질, 뜨개질, 베이킹을 하는 참가자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왼쪽) 종이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참가한 ‘아빠’ 메이커

오른쪽) 풍선으로 드레스를 만든 메이커

 

로봇 드러머와 연주가가 음악을 함께 연주했고, 멀리 휴스턴에서 본인이 만든 커다란 공작 차를 끌고 온 참가자도 있었다. 그리고 바로 내 옆 부스에서는 중,고등 학생들이 이틀 내내 액체 괴물을 만들어주었다.

 

 

왼쪽) 휴스턴에서 온 커다란 공작 자동차

오른쪽) 로봇 드러머와 연주가의 합주 공연

 

어스틴 메이커 페어는 기술이나 과학 중심의 작품뿐만 아니라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작품들도 많았다. 또한, 참가자의 연령대가 다양했고 여성 참가자도 쉽게 눈에 띄었다. 다양한 참가자들의 즐거운 모습을 보면서, 가장 이상적인 메이커 페어로 기억되었다.

 

 

규모, 다양성 모두 No 1. 베이 에어리아(Bay Area) 메이커 페어(5/19~5/21)

 

베이 에어리아는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놀라운 메이커 페어였다. 가장 오래된 메이커 페어로써 세계 각국에서 1,500여 명의 메어커들이 참여한 압도적인 규모의 행사였다. 넓은 부지 구석구석 숨어 있는 작품들과 움직이는 전시들까지 볼거리가 풍성했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쇼와 중앙 스테이지에서 열리는 강연들까지 모두 챙겨 보려면 일주일은 필요할 것 같았는데 행사는 3일 만에 끝나고 말았다. 진짜 불을 활활 내뿜는 작품들이 곳곳에 있었는데, 그중에 불타는 나방과 사람의 심장 박동처럼 화염을 내뿜던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왼쪽) Le Attrata. 금속으로 만들어진 불타는 나방

오른쪽) 심장 박동에 맞춰 불꽃을 뿜어내는 불타는 심장

 

 

가장 쾌적한 실내 메이커 페어, 파리(Paris, 6/9~6/11)

 

여행 기간 내내 더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이전 베이 에어리아 메이커 페어에서 살이 빨갛게 익을 정도로 고생한 탓인지 6월 파리 메이커 페어는 가장 쾌적한 실내 메이커 페어로 기억에 남았다. 4회를 맞이한 파리 메이커 페어는 올해 처음으로 Cité des sciences et de l'industrie(파리 과학 산업관) 안에서 진행되었는데 실내 공간을 알차게 구성해 놓았다. 1층에는 로봇 배틀 경기장과 작은 카트 레이싱 장이, 2층에는 모형 배를 조종하는 커다란 수조와 드론 레이싱 장이 있었다.

 

 

왼쪽) 전시장 1층의 미니 카트 레이싱

오른쪽) 전시장 2층의 모형 배 조종 수조

 

 

뜨거운 바르셀로나, 뜨거운 포옹

 

바르셀로나 메이커 페어는 너무 뜨거웠다. 이상기상 현상으로 6월 중순 기온이 35도가 넘어버렸다. 행사 내내 물을 끊임없이 마셔도 땀이 너무 많이 흘러 화장실에 갈 필요가 없었다. 올해 처음 열린 바르셀로나 메이커 페어는 2017년에 참여했던 메이커 페어 중에서 규모가 가장 작았다. 처음이라 미숙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들의 열정만큼은 날씨처럼 뜨거웠다. 바르셀로나는 끝나고 가장 많은 사람들과 포옹했던 메이커 페어였다. 진행자는 물론 참가자들도 뜨거운 날씨에 고생한 서로를 위해 뜨거운 포옹을 하고 헤어졌다.

 

 

바르셀로나 메이커 페어에서 만난 유쾌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최고의 메이커 페어 낭트(Nantes, 7/7~7/9)

 

12개의 메이커 페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프랑스 낭트 메이커 페어였다. 낡은 조선소를 개조하여 만든 ‘기계섬’(Les Machines de l'ile)에서 열린 메이커 페어는 가장 충격적이면서 신선한 행사였다.

높이 11m, 무게 50톤에 달하는 대형 코끼리(Le Grand Elephant)는 낭트에서만 볼 수 있었다.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코, 깜박이는 눈, 진짜 코끼리가 걸어가는 듯한 다리 움직임은 인상적이었다. 그밖에 인력으로 움직이는 놀이기구들, 고물로 만든 로봇 악단, 로봇 팔이 그려주는 초상화 등 이전에 만날 수 없었던 다양한 형식의 창작품은 감탄을 연발하게 했다. 기계들의 기괴하고 요상한 움직임은 기계와 예술의 경계를 지우고 오묘한 낭만을 만들어냈다. 왜 프랑스가 철학이 강한지, 왜 프랑스가 예술을 잘 하는지, 그들의 창의성을 한껏 느낄 수 있었던 낭트 메이커 페어는 올해 최고의 메이커 페어였다.

 

 

왼쪽) 낭트의 명물 건물만 한 대형 코끼리

오른쪽) 인력 놀이기구. 왼쪽 남자가 펌프질하면 성인 6명이 탑승한 비행기가 돌아간다.

 

 

기술을 즐기는 나라 독일, 하노버(Hannover) 메이커 페어(8/25~8/27)

 

독일 하면 기술이 강한 나라로 떠오르는데 취미에도 그 기술이 녹아 있었다. 하노버 메이커 페어에서는 자동차, 배, 비행기, 드론 등 무선조종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미니어처 세상도 섬세한 기술에 힘입어 정말 도시를 축소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깜빡이가 들어오는 미니 자동차는 물론 거리의 가로등, 주차 차단기까지 정성이 가득한 작품이었다.

 

 

왼쪽) 무선조종으로 움직이는 미니어처 세상

오른쪽) 참가한 메이커의 티셔츠에는 ‘마이크로 건축가’라고 적혀있다.

 

메이커 페어에는 다양한 형식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있는데 하노버에는 12개 메이커 페어 중 최고의 기념 포토존이 있었다. 봉고차 안에서 반짝이는 LED와 쿵쾅거리는 음악과 함께 재미있는 소품을 가지고 1분 30초 동안 사진을 찍으면 바로 뒤편에서 사진이 종이에 인쇄되어 나왔다.

 

 

왼쪽) 하노버 메이커 페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봉고차

오른쪽) 포토존에서 찍은 다은쌤의 유쾌한 기념사진

 

 

재활용이 생활화된 아인트호벤(Eindhoven) 메이커 페어(9/2~9/3)

 

아인트호벤은 재활용을 사랑하는 메이커 페어였다. 출품 작품에서도 재활용품을 활용한 작품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플라스틱을 다시 녹여 만든 슬리퍼, 모자와 샴푸 통을 이용해서 만든 촛불 배, 깡통을 이용한 조명, 못 쓰는 전자부품으로 만든 곤충 등 다양했다. 그뿐만 아니라 행사 주체 측에서도 재활용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특히 작년 메이커 페어에서 사용하고 남은 현수막과 티셔츠로 관람객이 직접 생활 소품을 만드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왼쪽) 못 쓰는 전자부품으로 만든 곤충

오른쪽) 작년에 행사하고 남은 티셔츠를 재활용하여 가방을 만들고 있다.

 

 

의사, 간호사 메이커를 만난 뉴욕(New York) 메이커 페어(9/23~9/24)

 

9번째로 참여한 뉴욕 메이커 페어에서는 Maker Health 구역에서 만난 의사, 간호사 메이커들이 기억에 남는다. 의사 메이커는 수술 시뮬레이션 키트를 만들어 전시했다. 간호사 메이커는 산소호흡기가 자꾸 빠지는 환자를 위한 찍찍이 콧수염(Velcro Mustache)을 전시했다. 그들은 대단한 신기술이 아니라 병원에서 일하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어 왔다. 메이커의 문화가 취미, 창업, 교육을 넘어서 의학에도 활용되면서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메이킹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뜻깊은 전시였다.

 

 

왼쪽) 수술 시뮬레이션 키트를 만들어 전시 중인 의사 메이커

오른쪽) MakerNurse 팀의 환자들을 위한 작은 소품 전시

 

 

모두의 동네잔치 메이커 페어 피츠버그(Pittsburgh, 10/14~10/15)

 

피츠버그 메이커 페어에서 눈에 띄는 새로운 작품은 없었다. 하지만 엄마 손, 아빠 손 잡고 나온 아이들이 무료로 관람하고, 자유롭게 잔디 위에서 뛰놀고, 다채로운 공연을 구경하는 즐거운 동네잔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큰 메이커 페어에서는 보통 이곳저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연이 진행되지만, 피츠버그에서는 공연 시간이 되면 확성기를 가지고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모았다. 그러면 너도나도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 함께 공연을 관람하였다. 더 놀라운 것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옆에서 수화로 행사의 내용을 설명해 주는 모습이었다. 구연동화를 할 때도, 카트 레이싱을 할 때도 자원 봉사자가 나와 수화로 행사 진행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12개 메이커 페어에 참여하면서 피츠버그 외에는 단 한 번도 이러한 모습을 보지 못했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동네잔치로, 참여자도 관람자도 행복해 보였다.

 

 

왼쪽)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서커스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오른쪽) 자원 봉사자가 수화로 행사 진행을 설명해 주고 있다.

 

 

같으면서 다른 중국 선전(Shenzhen) 메이커 페어(11/10~11/12)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선전에서는 메이커 운동이나 메이킹 활동을 창업 활동과 연결 짓고 있었다. 그래서 앞서 다녀온 다른 나라의 메이커 페어에 비하면 업체들의 제품 홍보가 유독 많이 눈에 띄었다. 또한, 중국의 교육열로 인해 생겨난 코딩 교구와 학원 등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앞서 다녀온 미국, 유럽에서의 메이커 페어와 분명 달랐으며 오히려 한국과 비슷한 모습이 있었다.

반면 우리와 다르게 선전은 활기가 넘쳐났다. 시민의 90% 이상이 중국 전역에서 스타트업을 꿈꾸며 모여든 도시가 선전이다. 그래서인지 선전에서 만난 친구들은 도전 정신이 넘쳐났다. 비록 메이커가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는 직업으로 여겨지고 있었지만, 그들의 역동적인 모습과 강한 의지는 분명 한국과 달랐다.

 

 

시간이 흘러 자리 잡길 바라는 우리의 메이커 문화

 

‘전 재산 탕진 프로젝트’가 무사히 끝나고 나는 2017년 8개 나라의 12개 메이커 페어에 참여하고 돌아왔다. 3월부터 11월까지 여행하면서 외국의 메이커들을 많이 만났다. 스타트업으로 부스를 가진 사람 외에 대부분 메이커들은 취미로써 창작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직업이 따로 있기 때문에 메이커로써 돈을 어떻게 벌어야겠다고 고민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물론 그중에 취미로 활동하다 스타트업으로 발전한 사람들도 있지만, 창업하기 위해 메이커 활동을 시작한 메이커는 미국, 유럽에서 보기 드물었다.

 

외국 메이커 페어에서 ‘전 재산 탕진 프로젝트’를 전시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본 질문은 ‘어느 메이커 페어가 가장 좋나요?’였다. 이는 어느 나라에 가든 먼저 받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서울 메이커 페어에서는 달랐다. ‘ 가장 많은 질문은 “한국은 어때요?”, “한국은 규모가 작죠?”, “한국은 수준이 어때요?”, “한국은 별로죠?”와 같은 내용이었다. 사람들이 궁금한 것은 내가 다녀온 다양하고 넓은 세상의 메이커 페어가 아니라, 한국이 그들과 비교하여 어떤가 하는 것이었다. 4년째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서울 메이커 페어는 천천히 성장 중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어린 학생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이 함께 만들어서 참여하는 팀들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예전부터 차고(Garage) 문화, DIY 또는 Craft처럼 메이커 문화의 바탕이 될 수 있는 문화가 있었다. 미국의 메이커 문화도 몇 년 만에 급조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것이다. 우리나라의 메이커 문화가 성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 결국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갈급한 마음으로 서두르다 엉뚱한 방향으로 가지 말고, 천천히 바닥을 고루 다져가며 앞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메이커가 유행이나 붐으로 끝나지 않고 남녀노소 여러 세대가 함께 즐기고 지속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전 재산 탕진 프로젝트’의 마지막 글을 마무리한다.

 

 

 

 

글 / 사진 / 영상 메이커 다은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