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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네트워크] 공간을 논하는 시간-살롱 드 메이커 #1 공간
등록일 : 2018-05-16 10:49:54 조회수 : 219

지난 4월 20일, 서울 장한평 스틸 얼라이브에서 ‘공간 - 연결과 경험이 축적되는 시간’을 주제로 살롱 드 메이커가 열렸다. 살롱 드 메이커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키워드와 테마를 융합하여 스페이스의 새로운 모델을 고민해보는 자리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발표자 네 사람 그리고 공간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모였다. ‘공간’에 대해 같지만 다른 이야기가 오갔고 그곳은 변화하고 있었다.


 살롱 드 메이커가 열린 스틸 얼라이브

 

 

#공간 1. 금속과 함께 생활하다 _ 레어로우 양윤선

장한평역에서 조금 걸으면 STILL ALIVE라는 글씨가 큼직이 적힌 건물이 보인다. 스틸 얼라이브는 국내 가구업체 심플라인과 철제가구를 만드는 레어로우심플라인의 자회사가 함께 운영하는 메이커 스페이스다.
 

레어로우의 양윤선 대표는 “공유”를 위해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게 되었다고 밝힌다. 여러 브랜드와 함께 작업하면서 축적된 자료를 사람들과 나누겠다는 의지다. 기업을 운영하는 그가 소중한 정보를 공유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레어로우의 양윤선 대표

 

 

“공유는 창조를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공유로부터 창조된 것들은 다시 공유되어 또 다른 창조를 만들 수 있고요. 순환고리가 생기는 것이죠.”
 

양 대표는 이곳에 스틸 얼라이브만의 색깔을 더했다. 금속 다루는 기업이라는 특징을 살려 금속 소재에 대한 머티리얼 라이브러리Material Library를 구축하고 다른 메이커 스페이스에서는 흔히 찾을 수 없는 금속 가공 기계를 들였다. 또한, 레어로우의 가구 디자인 경험과 판매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틸 얼라이브에서 나온 결과물이 비즈니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총체적 플랫폼을 구상했다.
 

“스틸 얼라이브를 만들기 위해 국내외의 메이커 스페이스 사례들을 많이 살펴봤어요. 해외 사례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메이커 스페이스가 단지 ‘메이킹’만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때로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되기도 하죠.”
 

스틸 얼라이브가 그리는 메이커 스페이스 역시도 경계 없는 공간이다. 모두가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공유하고, 상상하는 공간. 양윤선 대표는 국내 메이커 스페이스 사례에서 아쉬웠던 것을 스틸 얼라이브를 통해 실천하고자 했다.
 

“기존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다소 지저분하고 관리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스틸 얼라이브는 금속이 주는 느낌처럼 깔끔한 분위기의 공간이 되었으면 했어요. 그리고 건물의 3층이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 협업 공간,공유 오피스’로 구성되었다는 것도 독특한 점이죠. 스타트업이나 디자인 기업이 협업할 수 있도록 공유 오피스를 마련했어요.”
 

살롱 드 메이커가 열리기도 한 곳, 스틸 얼라이브의 1층은 굉장히 안락한 느낌을 주었다. 카페 혹은 편안한 느낌의 펍Pub:Public House을 연상시키는 이 공간은 “메이커 스페이스이기 이전에 장안동 주민들을 위한 복합 문화 공간”이라는 양 대표의 말처럼 지역 내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목표다.
 
 

#공간 2. 지역, 더 큰 의미의 공간 _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윤주선

공간으로서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더 큰 범주의 공간인 지역의 부분집합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도시생태연구를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건축도시공간연구소의 윤주선 부연구위원은 메이커 스페이스가 지역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며 그로 인해 지역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좌 론드리 프로젝트 이현덕 대표 우 건축도시공간연구소의 윤주선 위원


윤 위원은 메이커 스페이스가 노후 거주지에 활력을 불어넣은 사례를 제시했다. 영국의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모여 만든 어셈블 그룹Assemble group은 영국 리버풀의 노후 주거지를 재생시키는 공공 프로젝트들을 진행해 2015년에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Turner Prize:영국 테이트 브리튼이 1984년 제정한 현대미술상을 수상했다. 

“모든 작업은 주민들과의 협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문고리, 창문틀, 바닥 타일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이 그분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어요. 지역주민들의 고용도 늘리면서 지역 문제도 함께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 형태의 메이커 스페이스죠.”
 

이어 그는 “운영management”이라는 단어에 힘을 싣는다. 아무리 잘 기획된 사업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상이하게 달라지며, 자생을 통한 지속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 위원은 “휴대폰을 무료로 제공하고 2년 약정을 거는 것과 같은 예시가 제품이 아닌 서비스를 판매함으로써 지속성을 확보하는 운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시야를 넓혀 메이커 스페이스를 바라보기를 권했다. 메이커 스페이스를 단순히 건물로, 단일한 공간으로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단위의 매니지먼트와 연결지어 생각할 때 그 가치가 훨씬 상승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작년에 일본의 카미야마神山町, Kamiyama-chō라는 산골동네를 다녀왔어요. 하루에 버스가 한 대밖에 다니지 않을 정도의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동경의 유명한 IT 기업, 다양한 스타트업 회사들이 입주해 있기도 합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카미야마 지역의 행정과 운영에 있었습니다. 동네 전체에 무료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오래된 집들을 작업 공간으로 리모델링하여 저렴하게 빌려줬어요. 그러자 코워킹 스페이스와 메이커 스페이스가 들어오기 시작했죠”
 

그는 지역 단위의 매니지먼트가 동네의 매력을 높였고 그 매력에 끌려 모인 사람들이 동네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카미야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렇게 변화한 동네의 모습이 지역민들에게 다시금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시골 동네에서 자라온 청소년들이 그 지역을 찾은 메이커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꿈을 새롭게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았어요.”
 
 

#공간 3. 공간에 사람이 모였고 문화가 만들어졌다 _ 론드리 프로젝트 이현덕

그 지역만의 색깔을 가진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지역의 매력을 묻어나는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가끔 안타깝다. 지역명이 들어간 ㅇㅇ베이커리가 사라지고 같은 맛, 보장된 품질을 자랑하는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론드리 프로젝트 이현덕 대표

 

이현덕 대표는 해방촌에서 론드리 프로젝트라는 세탁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그 역시도 점점 줄어드는 ‘동네 세탁소’에서 그 동네의 모습이 사라져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사실 세탁으로 사회적 가치를 얻어내겠다는 시도가 무모할 수 있다고 느끼긴 했어요. 실제 해방촌에서도 많은 빨래방이 쫓겨나고 프랜차이즈 공장형 세탁이 늘어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워시 유어 워리즈 어웨이Wash your worries away’라는 중의적 콘셉트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죠. 꼭 세탁이 아니더라도 ‘고민이나 어려움을 씻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했어요.”


그는 해방촌에 공간을 만들었고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혼자 와서 책을 읽으며 빨래를 돌리는 사람이 생겼고, 데이트하는 커플, 수다를 떠는 친구들도 생겼다. “그렇게 사람들이 모이니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탁방을 오가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졌고 이분들이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면서 관광객도 찾아왔고 방송에도 나오게 되었죠.”


 해방촌 론드리 프로젝트 전경 출처 : VOGUE
 

공간으로부터 시작된 문화는 비즈니스로까지 이어졌다. 유명 세제업체, 세탁기를 만드는 가전기업 등과 콜라보를 하게 된 것이다. 조금은 특별하게 구성된 공간이 사람을 모았고 그로부터 일종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 이것이 론드리 프로젝트가 비즈니스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이현덕 대표는 세탁 공간을 통해 찾고 싶었던 가치는 ‘관계’다. “론드리 프로젝트의 공간은 카페와 같이 잘게 나누어져 있지 않습니다. 불편한 만남을 의도했거든요. 우리 동네에 누가 사는지 알게 되고, 지나가다 인사를 하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는 그런 관계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는 공간이 지닌 매력을 말한다. 지역 커뮤니티 안으로 들어가 관계를 맺어나가며 발생하는 가치는 프랜차이즈 사업이 따라 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공간 4.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것에 대하여 _ 열린옷장 양석원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커뮤니티의 구성원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메이커를 위한 공간 그리고 메이커 커뮤니티 구성 역시도 그렇다. 먼저 메이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열린옷장의 양석원 사외이사는 메이커를 물건을 만드는 제작자, 혹은 생산자와 같이 기존 체계에서의 이해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집단으로 인식하고 그들을 탐구할 것을 요구한다. 그들이 진짜 누구인지 알아야 그들을 모을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구성하는 것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들을 지적했다. “누가 운영하는가?”, “어디에 위치하는가?”, “어떻게 운영하는가?”
 

“공간을 만들 때, 일단 위치를 선정해놓고 운영자와 운영방식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성공적인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운영에 대한 고민이 우선입니다. 즉, 먼저 운영자들을 뽑고 나서 그 운영 주체들을 중심으로 위치 선정과 운영방식 등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 때 운영 주체가 맞닥뜨리는 문제 중 하나는 “공간의 생명력”이다. 많은 “메이커 스페이스가 공공의 지원으로 설립된다면 그 지원이 끝났을 때 공간이 자생력을 가지고 ”에 대한 물음이다.
 

양 이사는 이 쉽지 않은 질문에 자신이 커뮤니티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얻은 전략을 몇 가지 소개한다. “정보가 발산되는 공간이 되는 것은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는 큰 요인이 됩니다. 공간의 하드웨어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그 공간이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 그래서 어떤 사람들이 모여 그 정보를 잘 가공하고 또 다른 정보를 만들게 되느냐가 커뮤니티가 커지는 커다란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는 스틸 얼라이브가 추구하는 “공유”와도 일치하는 맥락이다. 그는 또한 “처음부터 완벽한 공간, 틈 없는 커뮤니티를 만들기보다는 운영자와 사용자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방식”으로 전략을 구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열린옷장 양석원 사외이사

 


글/사진 : 최혜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