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읽을거리

[메이커 네트워크] [동물과 만들기를 사랑하는 수의사-장현호 원장]
개인적 만족으로 끝나는 만들기가 아닌 사회를 변화시키는 만들기로
등록일 : 2018-05-16 02:00:52 조회수 : 328

" 3대째 Makers 집안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군요.
일제식민지를 겪었던 할아버지는 솜씨 좋은 목수셨고
현업에서 은퇴하신 아버지는 철강 쪽 사업을 하셨습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께 받은 머리와 외모, 모든 것이 감사하지만
그중에서 대대로 이어진 손재주가 가장 큰 축복입니다."


동물병원 닥터스 원장/수의사 장현호
 
 

 

2013년, 3D프린터 기술을 동물치료에 도입 현재 5년째 사용 중입니다.
 

국내에서는 3D프린터를 동물치료에 활용하고 있는 유일한 동물병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3D프린팅 기술을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곳은 아직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동물병원을 사람병원과 비교한다면 작은 종합병원입니다. 수의사는 내과·외과·산과·이비인후과·안과·치과 등 거의 모든 질환을 다뤄야하기 때문에, 병원 크기에 상관없이 다양한 의료장비를 가지고 진료를 봅니다.

문제는 거의 모든 의료장비들이 사람 기준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동물전용 의료장비들이 현재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다보니 동물병원에서 의료 장비들을 사용할 때 매우 불편합니다. 수술기구, 포터블 의료장비를 동물병원 환경에 맞게 커스텀 하다 보니 3D프린터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동물병원에서 3D프린터를 사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의료장비 프로토타이핑 다른 하나는 환축(동물병원에서는 환자라는 표현보다는 환축이 더 올바른 표현)에게 맞춤형 의료용 소모품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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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3D 스캐너를 이용한 다리외형 스캔장면 /  B: 맞춤형 동물부목: Dog, Cat splint / C: 다양한 사이즈로 프린팅 한 모습 / D: 수액 막힘 방지용 장치 
 

반면 단점도 있습니다. 사용하는 3D프린터가 FDM/FFF(Fused Filament Fabrication)방식이라 출력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과 출력물 사이즈에 한계가 있습니다. 3D프린팅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단점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 같습니다.

 

병원이용 고객들은 치료에 적용하고 있는 3D프린팅 부목이나 3D프린팅 한 무언가를 달고 있으면, 자신의 개가 첨단 기술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실제 더 좋은 기술을 이용해서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이니 결코 틀린 생각은 아니지요. 3D프린팅 부목의 경우 치료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기성품과 거의 비슷합니다. 치료준비와 치료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D프린팅해서 만든 맞춤형 부목이 기성품보다 만족도가 더 높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3D프린팅 기술이 가장 빛을 볼 분야는 바로 의료입니다. 의료분야에서 적용 가능한 3D프린팅 부분은 정말 많습니다. 미래에 의료에서 3D프린팅 적용이 불가능한 치료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정확히는 3D기술이라고 봐야겠지요.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의료분야는 제한이 없습니다. 다만 적용하려면 위에서 언급한 모든 것들이 동시에 다 해결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지요. 아직은 범국가적 노력보다는 역시 개인적 노력들이 약진하고 있습니다.


Do-It-Together : Share(공유하라)의 의미를 깨닫다

병원이나 집에서 필요한 것들을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3D 프린터가 매력적인 것은 역시 “빠른 실패”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지요. 3D프린터를 사용하면 시행착오에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최종결과물이 만들어지는 시간이 굉장히 단축됩니다. 3D프린터를 사용해야하는 가장 매력적인 이유지요.

처음에는 그냥 혼자 만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시대는 공유경제, 크라우드소싱의 시대인데 저 또한 생각이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병원 블로그 그리고 유튜브(VetGyver 채널)를 통해서 프로토타이핑한 것을 공유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가진 더 좋은 생각들을 제품화에 반영하게 되었습니다.

유튜브 같은 SNS를 활용해서 영국에 있는 수의사, 미국에 있는 안과전문 수의사, 호주에 있는 정형외과 의사와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실시간으로요. 아이디어 훔쳐 갈까 봐 움켜쥐고 있었다면 얻지 못하는 것을 세상에 오픈해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세상에 생각을 내 놓으니 더 좋은 생각들을 공짜로 크라우드소싱을 하게 된 것이지요. DIY(Do-It-Yourself)하던 시대가 끝나고 DIT (Do-It-Together)하는 시대라는 것을, 만들기를 통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라는 말이 DIT 문화가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입니다.(메이커 스페이스 입구에 붙여 놓아야 합니다. 하하!)   
 


3D프린팅한 스마트폰 결합형 망막촬영기

  
 

 순수 국내 하드웨어 스타트업 매뉴얼 - ‘아이디어 3D프린터를 만나다’

3D프린터를 이용해 의료기기 프로토타입(prototype)을 만들어, 국가자금을 지원받아 상품화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병원을 하는 임상수의사가 제조업을 해본 것인데 그 과정을 글로 엮었습니다. 시행착오를 엮은 것인데 저처럼 제조업 창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글에 담았습니다.


"아이디어 3D프린터를 만나다" 2018년 하반기 출간예정인 책표지
 

디자인 작업을 못하면 3D프린터가 있어도 무용지물입니다. 그래서 “라이노(Rhino) 3D"를 독학했습니다. 하루 2시간씩 두어 달 투자해서 이것저것 그리다보니 지금의 수준이 되었습니다. 3D프린터 그 자체를 사용하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3D 디자인 툴도 굉장히 많습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맞는 툴을 배워서 3차원 파일을 만들고, 3D프린팅하고자 하는 3차원 물체는 또 거기에 맞는 3D프린터를 이용해서 출력을 하면 됩니다.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노력과 시간 그리고 며칠간의 인내가 필요할 뿐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별거 아니구나. 쉬운데."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면에 가려진 노력이 굉장히 많습니다.

3D프린팅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욕심에 공부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국내외 3D프린팅 관련 서적과 제품 디자인 전공자들이 보는 전공서적을 거의 다 읽어봤습니다. 새로 출판되는 책이 있으면 지금도 빼놓지 않고 읽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책으로 배우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유튜브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메이킹 작업중인 장현호 원장
 
 

 개인적 만족으로 끝나는 만들기가 아닌 사회를 변화시키는 만들기로

메이커 페어에 여러 번 참관한 적이 있는데, 제가 세상에 참여하는 방식은 개인적 만족으로 끝나는 만들기가 아닌 사회를 변화시키는 만들기입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목적을 가진 사물이나 기업이 되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만들기, 그런 만들기가 제 개인적 목적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만들기를 굉장히 전투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2014년 초기에는 아이폰 결합형 내시경(xcope) 프로토타입 작업을 해서 상품화 했습니다. 이후 의료기기 프로토타이핑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프로토타이핑을 한 것을 가지고 의료기기 회사들과 미팅을 하고 시장성이 있겠다 싶으면 제품화와 상품화로 이어집니다. 초기에 만들었던 xcope는 다양한 이유로 실패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 이유는 출판되는 책에 자세히 언급해 두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아이템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또한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실패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했으니까요.
 

작년 겨울부터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만든 IoT(Internet of Things) 환자모니터를 제품화 하고 있습니다. 프로토타입은 이미 완성해서 여러 환경에서 테스트중이며, 빠르면 올해 안에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시행착오를 겪고 이제 겨우 “우리곁에 존재하던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는 눈(스티브잡스曰)”이 조금 생긴 것 같습니다. 사실 실패를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받아들이기까지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었지만,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좋은 아이디어들로 구체화되고 비즈니스모델로 확장될 수 있었습니다.


3D 프린터의 도입을 고민하고 있을지 모를 다른 의사분들에게

FDM 프린터로 할 수 있는 작업이 굉장히 많습니다. FDM은 프로토타이핑을 하기 정말 좋아요. NC로 워킹 목업을 만들기 전에 사용한다든지, 제품화를 하기 전에 프로토타이핑을 하기 위해서 사용한다든지, 금속 3D프린터를 사용하기 전에 프로토타이핑하기 위해서 사용한다든지 등 FDM 방식의 프린터는 여러 프린터 방식 중 “가장 빠른 실패를 가능”하게 해주는 3D프린터입니다.

특별하게 무엇을 배울 필요도 없고 집에서 사용하는 페이퍼 레이저프린터와 비슷합니다. 어떤 방식의 3D프린팅을 하게 되든 FDM방식 프린터는 기본적으로 구비해야 합니다. 아무리 집에 공구가 없다고 해도 망치는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처럼 기본이 되는 3D프린터입니다.


[ 의사나 수의사가 직접 3D디자인을 배워 직접 3D 프린팅 하는 경우 ]
 
첫째, 어떤 3D 프린터 방식을 사용할 것인가?
3D 프린터는 방식이 다양합니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작업에 맞는 프린터를 사용해야합니다. 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금속 파츠인데 FDM프린터를 사용한다면 절대 불가능하겠지요.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결과물이 무엇이고 여기에 맞는 프린터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3D 디자인 툴을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배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습니다. 3D프린터를 사용하려면 기구설계와 제품디자인에 대한 기초지식이 필요합니다. 구조와 기능을 이해해야 정형외과 수술이 가능하듯이 3D프린팅을 의료에 접목하려면, 의학 지식과 더불어 기구설계와 제품디자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의료기기를 디자인하려고 한다면 심미안까지 갖춰야 하는데, 심미안은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 의사나 수의사가 아이디어만 있고 디자인이 안되고 3D프린터가 없는 경우 (가장 현실적인 방법) ]

3D프린팅 회사와 CoWork을 해야 합니다. 디자인을 배우고 3D프린팅하고 시간과 비용을 따지면 이게 가장 저렴합니다. 거기에 시행착오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면 협업이 답입니다만, 문제는 디자이너와 3D프린팅 업체가 의학 지식이 없기 때문에 이 또한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수 있습니다.
 

실제 저도 3D프린팅 업체와 여러 번 작업을 해보았는데 전혀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해는 했으나 결과물이 전혀 다른 것이 나온 적도 있고 여러 문제점이 많았습니다. 사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직접 디자인을 배우고 직접 3D프린팅을 하게 된 것이지요.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심정으로요.




치과방, 덴탈룸(병원 내부 리모델링) 공간을 구획- 라이노3D로 디자인 및  3D프린팅 모습

 

 

만들기는 다양한 인맥을 쌓아주는 소중한 채널입니다

3D프린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인맥이 더 넓어졌습니다. 3D프린터 제조사, 3D프린팅 업체, 디자인회사, 목업업체, LED업체, 의료용 소재업체, 의료기기 제조업체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제 병원 블로그나 유튜브를 보고 병원으로 직접 찾아옵니다. 각각 분야에서 들려주는 현장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들을 많이 듣게 됩니다. 이전에는 제가 시간을 들이고 비용을 들여서 직접 가서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직접 찾아옵니다. 이점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입니다.
 

병원 블로그와 유튜브를 보고 천안까지 직접 오신 인의(사람의학) 정형외과, 흉부외과,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대학병원 선생님들이 있고 치과의사, 약사, 한의사 선생님들도 있습니다. 정형외과 수술을 많이 하는 수의사도 있었습니다. 직접 찾아와서 기본적인 것을 배워 가시는 분들도 아직 있습니다. 3D프린팅을 의료에 접목하고 싶으나 잘 모르니 궁금한 점을 알고 싶어서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직접 3D프린팅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린 프로토타입으로 작업한 것을 구입하고 싶어 하시는 선생님들도 있습니다. 의료기기의 경우 법적 테두리 안에서 3D프린팅 한 것들을 제가 직접 사용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으나, 판매를 하게 되면 법에 저촉되므로 아직은 판매를 해서는 안 됩니다.
 

예전에 성형전문의, 치과의, 수의사인 저 그리고 3D프린팅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Dr3D라는 사이트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만, 다들 개인병원을 하시는 분들이라 바쁘고 하니 한동안 유지되다가 결국 흐지부지 되었지요. 좀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그래도 그중에 인연이 되어 계속 같이 작업을 하거나 사업을 진행 중인 분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이어지는 인연 때문이라도 “만들기”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만들기는 제게 다양한 인맥을 쌓아주는 소중한 채널입니다.


우리 모두는 태어날 때부터 “창의력”을 가지고 태어난 메이커이다

만들기를 하는 행위는 인간의 본성인 것 같습니다. 만들기는 창의적 활동이면서 동시에 매우 지적인 행위 중 하나입니다.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만든다는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의미 있는 것이지요.
 
만들기는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것에서부터, 이미 존재하는 사건이나 사물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까지, 만들기 행위 자체가 매우 고차원적인 두뇌활동입니다.

산업화되면서 대량생산된 사물에 익숙해져서 어쩌면 우리는 “만든다”는 행위가 줄어든 것 같습니다. 메이커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특별한 용어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 자신에 대한 것인데요. 우리 모두는 태어날 때부터 만들기 본능인 “창의력”을 가지고 태어난 메이커입니다.
 

산업혁명시기에 만들어진 교육시스템이 역설적이게도 우리를 "non makers"로 만든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학교 교육이라는 것이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진 사실(과거)을 암기하는 것으로 인간의 지적 능력을 평가하고 학력이 결정되는 시대에 여전히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창의력을 키우는 행위 중 하나인 “만들기”는 그래서 매우 중요합니다. 만드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진짜 가치 있는 교육이며 함께 만들기를 통해 나 자신과 타인이 다름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협업하는 방법을 배우는 삶의 교육방식인데, 우리는 이것을 너무 쉽게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사진 제공 : 장현호 원장 / 편집: 강성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