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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이슈] “메이커의, 메이커에 의한, 메이커를 위한 메이커 운동”
등록일 : 2018-05-15 20:43:37 조회수 : 491

 

초등학교 시절 기억 속에, 한때는 비누공예가 유행을 해서 비누에 핀을 꽂고 리본을 칭칭 감으며 장식품을 만든 적이 있었다. 또 다른 한 해는 구슬 공예가 붐을 이루어, 구리선에 색색깔의 구슬을 꿰어 나뭇가지 모양을 만들었고, 종이공예가 등장했을 때는 늘어나는 종이를 만지작거려서 과일모양의 소품을 만들었다. 남동생은 항상 조립식 장난감을 사서 플라스틱 조각을 떼어 설계도의 순서대로 로봇을 완성했다. 유학시절에는, 가격이 저렴하면서 실용적인 가구가 필요해 이케아의 테이블을 사다가 DIY(Do It Yourself)로 조립하며 어설픈 완성에 뿌듯함을 느낀 적도 있었다.

 

지금은 아두이노와 같은 전기전자부품을 연결하고 프로그래밍을 얹어서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을 만들고 있다. 특별한 손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 인생 그리고 나의 생활 속에는 항상 무엇인가를 만드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은 나의 생활 속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속에서, 모든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번에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연구했던, ‘국내 메이커 운동 실태 조사’를 수행 하면서 나의 이러한 기억들이 깨어나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메이커 운동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국내 메이커 운동 실태 조사’는 현재 국내 메이커 활동의 규모와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실효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 메이커 운동 확산의 올바른 정책수립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메이커의, 메이커에 의한, 메이커를 위한 미래지향적 메이커 운동의 가능성을 가늠하게 되었다.

 

 

 

메이커의(of a Maker)

 

이번 조사에서 가장 처음 고민했던 부분은 조사 대상이자 주체인 ‘메이커’에 대한 정의와 범위였다. 1900년대에 예술과 공예 분야에만 국한되어 무엇인가를 만들었던 행위가 1960년대는 핵(Hack)으로, 1990년대에는 DIY(Do It Yourself)로 발전되어 오다가 2005년대 이후 ‘메이커 운동’으로 확산되어 왔다.

 

최근에는 제조 방식의 혁명을 가져온 3D 프린팅 기술에 기반 한 DIT(Do It Together)나 DIWO(Do It With Others)의 ‘함께’와 ‘공유’의 개념이 강해지고 있다. 또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따른 ‘마이크로 커스터마이제이션(Micro Customization)’의 사회문화적 흐름에 따라 메이커 운동의 비즈니스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메이커 운동과 관련된 전문가들의 의견과 키워드를 수집하여 도출한 메이커의 정의는 이렇다. ‘메이커(Maker)’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여, 그것을 스스로 만드는 사람을 말하며, 이런 메이커들이 하는 메이킹 활동과 이와 관련된 문화적 운동을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이라 한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본인을 메이커로 생각하는 비율은 22.8%로 다소 낮아 보이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좋아한다거나 핵(Hack) 마인드의 잠재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60~80%로 높게 나타났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미 메이킹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메이커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잠재적 메이커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고, 메이커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할 수 있는 국내 메이커 운동의 확산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메이커에 의한(by a Maker)

 

이러한 메이커들의 활동을 살펴보면 만들기를 시작하게 된 동기로 ‘우연히 관심이 생겨서’(37.2%)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스스로 찾다가’(20.8%), ‘취미로 찾다가’(20.3%)의 답변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만들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25.5%)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19.9%), ‘나만의 생각/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13.1%)의 응답이 많았다.

 

반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1.1%)는 저조한 특징을 보였다. 메이커들은 절대 다수가 ‘혼자서’(64.0%) ‘자택’(60.3%)’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메이커의 특징과 성향을 감안한 육성 방안과 그들이 선호하는 온라인이나 블로그 등의 커뮤니티를 이용한 지원 방법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메이커가 비즈니스화가 되고 있는 동향에 따라, 메이커 관련 창업자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였다. 현재 가장 많이 판매 또는 서비스하고 있는 사업 영역으로는 수공예/예술’(28.0%), ‘홈인테리어’(15.0%), ‘IT기기’(10.0%)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인터뷰 결과를 보면, 메이커와 가장 관련이 깊은 제조업은 ‘금형’에 의한 양산 단계의 가장 높은 창업의 문턱이 있고, 그 외에도 홍보, 마케팅, 재무 관리 등의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 실정이다. 또한, ‘나의 만족’으로 시작한 메이킹 활동이 판매와 창업이 시작되면서는 ‘다른 사람의 만족’을 생각하는 경영 마인드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따라서 이렇게 필요한 요소와 정보, 인프라를 연결시켜 줄 수 있는 플랫폼이 절실하다.

 

미래의 메이커 운동을 이끌고 나갈 청소년들은 최근 코딩교육과 맞물려 동아리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공학계열의 청소년들의 참여와 관련 진로와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활동 의향 분야도 5점 척도의 빈도분석 기준으로 ‘디지털 제작’(평균 4.21), ‘IT기기’(평균 4.17), ‘놀이’(평균 3.97), ‘전기전자 제작’(평균 3.95) 순으로 공학 분야의 비율이 높았다.

 

학생들의 메이커 운동 참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동아리 지도교사는 ‘과학 관련 전공’(37.8%)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모든 교사가 교내 동아리 지도 경험이 있었으며 과학 관련된 공모전이나 대회 등을 지도한 경험이 많았다.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청소년의 메이커 활동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지도교사 양성과 더불어 과학 관련 전공 이외의 교사들도 메이커 활동을 지도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콘텐츠 개발과 융복합 마인드 육성이 필요해 보인다.

 

우수한 메이커 운동의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메이커 스페이스의 경우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 협업 공간, 공유 오피스) 형태의 복합문화 공간으로의 역할이 증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운영 플랫폼과 콘텐츠 및 프로그램 기획이 중요한 메이커 스페이스의 성공 요인이었다. 메이킹 활동의 범위가 확대되고 다양화되고 있으며, 창업으로 연계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제품의 양상 단계 및 유통의 어려움이 있어 수공예 분야의 창업 진입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상별 특징을 살펴보면, 청소년의 경우 정규 교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메이커 특성화 교육기관이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메이커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20~30대의 경우에는 스스로 좋아하거나 성취감의 이유로 메이킹 활동을 하며, 경영 마인드까지 스스로 습득하여 창업으로 발전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40~50대의 경우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취미나 가족단위 메이킹 활동이 이루어지고, 최근 실버세대에서는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봉사 동아리 등의 그룹 활동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메이커를 위한(for a Maker)

  

 

 

 

국내 메이커 운동의 확산을 위해서는 “사람 중심”의 5가지 가치 – 자기실현, 연결, 즐거움, 수익창출, 교육 – 을 중심으로 정책을 수립하여 발전시켜 나갈 것을 제안한다.

 

자신의 개성과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성취감을 유발시키는 ‘가치실현’의 가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공유문화를 확장하는 ‘연결’의 가치, 생활의 즐거움을 느끼고, 재미와 색다른 경험을 불러오는 ‘즐거움’의 가치, 만들기 활동의 비즈니스화와 창업 및 스타트업이 가능한 ‘수익창출’의 가치, 아이디어 실험과 탐구 활동 교육을 통한 혁신 인재 양성의 ‘교육’의 가치이다.

 

결국 메이커 운동의 정책 수립은 이러한 가치를 중심으로 ‘메이커를 위한(for a Maker)’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50여명의 메이커를 대상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모든 활동의 기반이자 핵심은 ‘사람’이었다. 메이커 스페이스 역시도 장비나 물리적 공간보다는 장비를 이용하고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정책이 앞으로 국내 메이커 운동을 발전시킬 수 있는 구심점이 될 것이다.

 

또한, 메이커 운동의 육성 정책이 정부 주도로만 수립되는 것보다는 메이커 운동의 주체인 메이커 주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 동안 주관 부서간의 부조화, 메이커 요구와의 괴리 등의 문제로 지난 수년간의 정부 주도 메이커 운동 중흥 정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메이커 운동의 특성상 메이커 주도의 활성화가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메이커, 기관, 전문가로 구성되는 메이커 운동 본부를 구성하여 활성화 정책 입안과 추진 전반을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제안하는 바이다. 이러한 메이커 활성화 협의체의 지원 아래 비즈니스 관련 메이커, 교육 관련 메이커, 공간과 장비 관련 메이커, 일반 메이커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서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메이커 운동이 메이커의, 메이커에 의한, 메이커를 위한 것으로 발전된다면, 글머리에 언급했던 나의 생활 속 메이킹 활동이 사회문화적 메이커 운동으로 확산되고, 창업이나 비즈니스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추억거리로 남는 개인적인 메이킹 활동뿐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메이커 운동으로 확장된 메이커 시대가 기대되는 바이다.

 

글 : 상명대학교 권지은 교수